글
어제는
화창한 봄 날씨
북한산에서
만개하기 시작한 봄꽃 구경을 하고 왔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창가에 우두커니 서서
봄비 내리는
창밖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문득
얼큰한 라면이 먹고 싶어 지네요! ^^
우리 라면좀 끓여먹으면 안 될까?
라면요?
생뚱맞게 갑자기 웬 라면?
집엔 없으니 먹고 싶으면 내려가 사 오세요!
평소 인스턴트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으니
집에 라면이 있을 리가 없지요!
그러지 뭐!
우산 챙겨 들고 내려갈 준비를 합니다.
가는 길에 저녁때 먹을 콩나물도 좀 사 오세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아파트 현관을 지나
음악을 들으며
벚꽃 만발한 아파트 사잇 길을 걸어
동네 슈퍼로 향합니다.
두. 두. 두. 둑.....
우산에 어지럽게 부딪쳐 들리는 빗방울소리가
제법 굵직합니다.
하지만
빗속에서 듣는
굴다(Friedrich Gulda)의 피아노 아리아는 영롱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잠깐!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요?
나보고 콩나물도 사 오라고?
내가 콩나물 심부름 가고 있는 건가요?
뭔가 좀 이상합니다.
옛날엔 이런 것 안 시켰잖아?
갑자기
마음이 착잡해지네요!
마음이 착잡해지니
이제까지 아름답게 들리던 음악소리마저 혼란스럽게 들려집니다.
잠시
발길을 멈추고
빗방울 맺힌 벚꽃잎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백수가 된
나의 현실을 실감합니다.
그렇군요!
내가
그동안
특별 대우를 받고 살아오고 있었음을 모르고 있었군요!
우리 테니스 클럽
젊은 회원들 말 들어보면
요즘 남편들은
집에서
다 그렇게 기죽어 산다던데..... ^^
시장보러 가는 것 뿐만 아니라
때로는
음식도 할 수 있어야지!
그렇게 적응하며 살아가야지요!
하긴
맘만 먹으면
나
요리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생각이 이에 이르자
착잡하던 마음이 진정되며
다시
피아노음이 옥구슬 굴러가듯 아름답게 들립니다.
발걸음이 가벼워지며
어지러운 빗소리가
음악처럼 들리네요!
^^
하루종일
비가 내리고 있는
봄날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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