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TV를 시청하다가

 

문득

한판 두고 싶은 생각이 들어
기원에 들렸습니다.

 

"어떻게 두십니까?"

 

"1급(아마 4단) 두는데요."

 

"쎈 1급 이십니까?"

 

1급 바둑 실력차가

천차만별인 줄은 알겠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노골적인 질문이네효! ^^

 

"그저 그런데요."
"그럼 이분하고 한번 둬 보시지요."

 

4급 두는 사람을 소개해 줍니다.

 

3점 접바둑 별로 재미 없지만
둘 사람하고 같이 오질 않았으니 할수없지요

그냥 둡니다.

 

그런데

이 4급 양반


미리 쫄아서 그런지

자꾸 움추리기만 하다가
덜컥 대마(大馬)가 잡혀 일찍 판이 끝나고 말았습니다.

 

"저하고 한번 두실까요?"
구경하고 있던 기원 주인이 나섭니다.

 

"어떻게 두실까요?"
"호선(互先)으로 두시죠!"

 

돌을 쥔끝에
내가 흑번(黑番)이 되었습니다.

 

이번엔
만만치가 않네요.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척 척 두는데도
빈틈이 별로 없습니다.

 

끝내기까지 가는 열띤 접전 끝에 계가를 해보니...

이런~ 이런~


반면으로 네집을 남겨

그만 덤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꼭 이긴줄 알았는...
이건 좀 어굴하넹!

 

갑자기
온몸이 후끈 달아 오릅니다.

 

"한판 더 두실까요?"
"그러시죠"

 

이번엔
내가 白차례

 

거칠어진 호흡따라
초반부터
근접전으로 거칠게 부딪쳐 들어갑니다.

 

그런데
돌들이 부딪쳐 불꽃을 튀기니
승부가

더빨리 더쉽게 나고 마네요.

 

어지러운 난타전 끝에
내 백 대마가 잡히고 말았습니다.

 

참패 !

 

"잘 두었습니다"
승자의 느긋한 미소를 뒤로 보며 기원문을 나섭니다.

 

생각해보니

 

둘째판은

두어보나마나
처음부터 필패(必敗)의 구도였던 것 같습니다.
마음이 흔들렸으니...

 

에이! 에이! 에이!

 

패한것 보다는
순간적으로 자제력을 잃고 흥분했던 스스로가 더 못마땅해
혼자서 하는 소리입니다.

 

어이구 추워!

 

갑자기
몸과 마음이

함께 추위지는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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