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놀러온 손주아이(4살)와
놀아줍니다.

 

그런데
아이를 좋아하는 것과 
재미있게 놀아줄수 있는 것은


다른 문제이지요?

 

저는
아이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놀아주는 건
자신이 없습니다.

 

실내에서 놀아주는 것은 더욱...

 

그래서
오늘은(이 일기는 11월에 쓴 일기임)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밖에는

11월
늦가을의
맑은 햇빛이 눈 부십니다.

 

그 햇빛사이로
고추잠자리들이 날개를 반짝이며
날아 다니고 있군요.

 

이곳
북한산 기슭엔
풀숲이 많아서인지
꼬마 고추잠자리들이 참 많습니다.

 

내가 잠자리 잡아줄까?
응!

 

금방
아이 손가락사이 가득히
잠자리를 잡아줍니다.

 

할아버지 잠자리 참 잘 잡네?

^^

 


내가
어린시절
동네에서 소문난 잠자리대장이었던 걸
아마 모르겠지요?

 

이쁜이...얌전이...까불이...

 

뭐하는 거니?

응~ 잠자리 이름지어 주는거야!

^^

 

우리 
오리 보러갈까?
응!

 

산기슭 교회앞에
작은 연못이 하나 있고

그 연못에
야생오리들이 여름동안 새끼를 쳤습니다.

 

꽥! 꽥! 꽥!

 

엄마오리 아빠오리따라 새끼오리들이
줄을서서
물살을 가르며
한가하게 헤엄치며 놀고 있네요!

 

아기오리가 참 예쁘네!
 

잠자린 이제 그만 놓아 주자!
응.....

 

저쪽 개울가에도 가볼까?

 

길옆
개울가로 내려가
물속에 헤엄쳐 다니는 송사리떼를 보여줍니다.

 

팔짝! 팔짝!
징검다리도 뛰어 건너보고요....

 

어렸을 적

 

저도
이렇게
개울가에서 놀며
시간을 보내던 때가 있었지요!

 

혼자서........ -_-

 

한참을
재미있게 놀다보니
아이 콧등에 땀이 송골 송골 맺혀 있습니다.

 

덥지?
내가 아이스크림 사줄까?

응!

 

이번엔
잠자리 놔주자고 할때보다 대답이 빠르네요! ^^

 

동네슈퍼로 내려가
아이스크림을 사서
하나씩 먹습니다.

 

그러는 사이
밖에 나온지가
벌써
3시간이 넘어가고 있네요.

 

우리
이젠 그만 들어 갈까?

 

손잡고 들어오면서 보니
걷는 모습이
조금 힘들어 보입니다.

 

내가 안아 줄까?
응....

 

아이를 안았습니다.

 

할아버지가 안아주니 좋지? ^^

............................

 

대답대신
아이가
내목을 꼬옥 껴 안더니

 

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합니다.

 

합바지!
응?

 


합바지가 참 좋아!

 

응?

 

아이고.......

 

 

갑자기

따끈한

가슴가득히 퍼져가면서

 

내마음

 


이리
설레이는 걸까요?

 


이리
두근거리는 걸까요?

 

합바지가 뭐니?
할아버지지.....

 

같이
꼬옥 안아주며

조금은 엉뚱한 대꾸로

 


마음을 감추려 합니다.^^

by 전원교향곡 2014. 12. 19. 1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