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소나기

전원교향곡 2020. 5. 18. 21:28

 

((소년은
개울가에서 소녀를 보자
곧 윤 초시네 증손녀(曾孫女)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소녀는
개울에다 손을 잠그고 물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서는 이런 개울물을 보지 못하기나 한 듯 이.

벌써 며칠째
소녀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물장난이었다.))

이렇게 시작하는
황순원님의 단편소설 소나기
읽어보셨지요? ^^

이성에 눈떠가는 
외로운 소녀와 소년의
아름답고도 슬픈 사랑이야기가

한 편의 서정시처럼  잘 그려져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이미 다 알고계시는 것이지만

잠깐

줄거리를 다시 한번 되돌아볼까요?


도시에서 전학온 한 병약한 소녀와

감정표현이 미숙한 시골소년이

개울을 배경으로 인연을 맺고 친구가 되어 사귀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이 놀러 나온 들판에서
갑자기

소나기를 만나게 됩니다.

둘은

좁은 수숫단 안에서
비를 피하고

물이 불어난 도랑을
소년이 소녀를 업어 건너 주기도 합니다.


저는
이 소설을 중 1 때 읽었는데

기. 승. 전. 결을 통해

소년과 소녀의 순수한 감정의 변화가
참으로 섬세하게 잘 묘사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마지막 이 부분 에서는

마치
내가
시골의 그 소년이라도 된 듯

가슴앓이를 했던 기억이 새롭네요!

 

((며칠 뒤
소녀는 핼쑥한 얼굴로 개울가에 나타났다.

그 날
소나기를 맞은 탓으로 앓았다는 것이다.

소녀의 분홍 스웨터 앞자락에는
소년의 등에 업혔을 때에 묻은
검붉은 물이 들어 있었다.

갈림길에서
소녀는 대추를 건네주며
양평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고 말했다.

소녀가 내일 이사 간다는 날 밤,

소년은 잠자리에서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허, 참 세상일도…….
윤초시 댁도 말이 아니야!
그 많던 전답을 다 팔아 버리고..."

"대대로 살아오던 집마저 남의 손에 넘기더니,
또 악상(惡喪)까지 당하는 걸 보면……."

남폿불 밑에서 바느질감을 안고 있던 어머니가,

"증손(曾孫)이라곤 계집애 그 애 하나뿐이었지요?"

"그렇지, 사내 애 둘 있던 건 어려서 잃어버리고……."

"어쩌면 그렇게 자식복이 없을까."

"글쎄 말이지.
이번 앤 꽤 여러 날 앓는 걸 약도 변변히 못써 봤다더군."

"지금 같아서 윤초시(尹初試)네도 대(代)가 끊긴 셈이지.……"

"그런데 참!
이번 계집 앤 어린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글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아?
자기가 죽거든 자기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고……."))

 

창문 밖에는

하루종일

비가 오락가락 하더니

또 한바탕 요란하게 쏟아지고 있네요!

꼭 소나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