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좋아하는 마음

전원교향곡 2020. 4. 4. 15:06

목동테니스장

원장님!
어제는 왜 안 나오셨어요?

으응~ 몸이 좀 불편해서...

원장님도 아프실 때가 있으세요?

어? 이 친구 좀 봐!
난 뭐 무쇠인간이라도 되는 줄 아남? ^^

30대 초반
신입회원

겨우내
이른 새벽부터
같이 연습하자며 달라붙더니

그만
情이 든 겁니까?

나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 역시
회원으로 가입시켜 달라고
처음 찾아왔을 때부터

이상하게
호감이 가긴 갔었습니다.

그동안
한수 가르쳐 준다는 핑계로

핀잔도 많이 주고
놀려 주기도 했건만

싫어하는 기색 전혀 없이
원장님! 원장님! 하며 잘 따랐던 걸 보면

情이란

참으로
마음대로 되지 않는
묘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노력을 해도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까닭 없이
그냥 좋아지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런 그가
어느 날인가부터

갑자기
나오질 않습니다.

어디 아프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면
내가 뭐 실수한 거라도 있었던 것일까?

은근히 걱정이 됩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라
근처 딴 곳
더 수준 높은 테니스클럽으로 자릴 옮겼답니다.

이런~!

좀 더 나아지려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 욕구이니
그걸 뭐라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렇지

그동안 쌓은 情이 있는데...^^

그렇게 쉽게
훌쩍 떠날 수 있다니...

내 입장에서는
분명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결국

그는
나를 좋아한 게 아니라
테니스라는 운동을 좋아했을 뿐이었군요!

내가
그걸 착각하고 있었네요!

인간사(人間事)
이런 일쯤이야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인데
뭘 그런 걸 다 마음에 담고...

이렇게 마음을 다스리려 하지만

씁쓸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_-

갑자기 떠오른
10여 년 전
목동 테니스장에서 운동하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