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진료실에서- Thelarche

전원교향곡 2017. 7. 7. 19:25

 

지연(여,가명)이 왔니?
네!

 

오랜만에 왔네! 

 

지연이는
초등학교 3학년입니다.

 

한동안 뜸 하더니...

 

그래서
이사갔나 했더니...

 

오늘 감기가 걸려 왔습니다.

 

그동안
몰라보게 컸군요.

 

그런데
진찰을 시작하려 하니

 

아이~ 아이~ 아이~ ....

 

두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청진을 못하게 합니다.

 

어?
너- 왜 그래?

 

ㅋ.. ㅋ.. ㅋ.. ㅋ.........

 

같이 따라온 친구가
재미 있다는 듯이 웃습니다.

 

어렵게
겨우 겨우 한 손가락씩 열어 주는 사이로
청진을 하며 보니

 

아 하 !

 

가슴에
Breast Budding이 시작되었군요! 

 

그래도 그렇지...
요즘 너같이 이러는 아이 어디있니?

 

진찰을 끝내고
처방전을 뽑아주며 한마디 해 줍니다.

 

얘!
아파서 진찰 받을땐
그러는 거 아냐!

 

대답대신
어색하게 웃기만 하더니

불쑥 한마디 합니다.

 

근데... 있쟈나요?
응? 뭐?

 

선생님 안경은

왜 그렇게 커요?

 

엉? 
얜~ 생뚱맞긴...

 

제가 진료실에서 쓰는 안경이
좀 크긴 큽니다.
20년이 넘은 구식 안경테이거든요! 

 

그러고 보니

지연이 안경테는
빨강색... 아담,예쁘장한게...
하얀 얼굴에 아주 잘 어울립니다.

 

내 안경이 그렇게 커 보여?
네!

 

정말?
네~에! ^^

 

그렇군요!

 

이제 막
미(美)에 대한 주관적 감각이 생기기 시작한
지연이의
참신한 지적이니

틀림 없겠지요?

 

당장 안경테를 바꿔야 겠네요! 

 

하지만

 

너... 나...
진료실에서만 이런 안경쓰지...


 

여행가서는 썬 글라스 끼고
카우보이 모자쓰는 것은 모르지? 

 

이건
지연이 몰래
나 혼자 마음속으로 한번 해본 말 입니다. ^^         -  2007.07.12